님, 저는 인문학을 좋아합니다. 비전문가(?) 치고는 꽤나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편이에요.
오랜 구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책곳간도 처음 시작은 인문학 레터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요👀..
대학생 시절 곳간지기는 철학무새🐦 였어요. 문제가 있다면 제 전공이 철학과는 별로 관련이 없었다는 것 정도..?
교수님이 내어주신 과제나 시험이 무엇이든 철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기 일쑤였습니다. 그게 본질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결과 곳간지기는 대학에서 인상 깊은 석차를 기록한 채 졸업하게 되는데.. 예.. 와이엠아크라잉..
하여튼,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어 가는 인문학을 보면 참 가슴 아픕니다. 이 좋은 걸 사람들은 왜 읽지 않을까 궁금하고요.
'뭐, 원래 대중들은 이런 거에 관심 없으니까' 하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철학적 질문(ex.왜 사는가,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을 품고 살았던 시절이 있잖아요. 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거나, 나름대로 사유와 논리를 펼친다거나 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요.
일종의 본능이랄까요? 온갖 의견과 논리가 난무하는 인터넷 게시판 댓글 창만 봐도 알 수 있듯, 사람에게는 지식이나 사고력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문학의 끝 모를 추락을 '사람들은 원래 복잡한 거 싫어하니까' 하는 식으로 해석할 순 없어요.
그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지적 경험을 유도하는 환경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시인의 눈과 철학자의 사고를 타고난 사람이라도 이런 환경에서 살아서는 절대 재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일단 과학(적인) 환원주의가 절대 진리의 왕좌를 차지한 지금 상황에서야, 근본학으로서의 인문학은 힘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호기심 대마왕 시절 어린이들은 주로 이런 질문을 반복하곤 합니다.
"엄마, 하늘은 왜 푸른색이야?"
그러면 사회는 이렇게 대답해요.
"태양의 고도와 빛이 들어오는 각도, 그리고 산란 때문이야."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과학은 거기서 끝입니다. 더 이상 왜라는 호기심을 허용하지 않아요. '과학적 사고'는 기본적으로 반복 관찰에 의한 임시결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까지 관찰해본 바 그렇던데?' 하는 식입니다. 관찰-가설-검증-결론이라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요.
하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대답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하늘이 푸른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야. 고양이나 여치가 바라보는 하늘은 '푸른색'이 아닐 수도 있어. '하늘'에는 원래 색이 없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세상이라는 건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의 마음속에 있는 환상일 수도 있는 거지. 아직 아무도 정답을 발견하지 못했대. 하지만 너가 건강하게 자라서 정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적 경험이죠. 인간은 절대 고양이나 여치의 경험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직관적으로 사고해볼 순 있어요. 무한한 수수께끼 같은 세상에 대해 '그냥 그렇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요, 일단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물론 당장 사회문화를 전부 갈아엎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에게 지적 경험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사람 입니다.
거창한 것도 필요 없습니다. 물꼬 정도면 충분해요. 아, 인문학이라는 게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구나. 내 인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였구나. 재미있네? 정도면 됩니다.
오늘의 책곳간에서는 굳이 '책' 에만 국한하지 않고, 곳간지기가 애정해왔던 인문학 입문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해요. 이번만큼은 그 언제보다 진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