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 14일 오전 4시 48분, 먼 우주를 유영하던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먹 같은 어둠 속, 한줄기의 섬광과 함께 콩알만 한 점 하나가 찍힌 사진이었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두고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속 콩알만 한 점, 거의 보이지도 않는 그게 바로 지구였거든요.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리는 이 사진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영감이 됐어요. 그중에는 어린 곳간지기🙆♂️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정도였을까요?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 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보고 머리가 띵 한 것 같았습니다. 뭐랄까.. 너무 하찮(?)았거든요.
이 작디작은 코딱지에서 서로 그렇게 지지고 볶고 못살게 굴면서 살았다니요. 알고보면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기에도 비좁은 곳인데 말이죠.
수학익힘책 같은 건 일찌감치 던져버렸던 본투비 문과 곳간지기는, 그렇게 「코스모스」를 통해 과학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됩니다.
저번 레터( 링크)에서 말했듯 과학이 곧 절대 진리는 아니겠지만, 인문 예술이 가질 수 없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과학은 정리된 지식이다. 지혜는 정리된 인생이다."
(Wissenschaft ist organisiertes Wissen, Weisheit ist ein geordnetes Leben)
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지식(Wissen)은 경험이라는 말과도 등치됩니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경험을 조직화하고 일률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병렬적으로 늘어선 경험들을 관통하는 희미한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검증하는 게 과학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 '길'들이 모여 보이저 2호를 만들어 내고, 아득한 성간우주까지 쏘아보낸거에요.
때문에, 교양으로서 과학을 읽는건 개인의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함입니다. 수많은 인생선배들의 노고를 고스란히 물려받는 일인 거죠.
기원전 이오니아 지방 최초의 자연철학자부터 보이저 2호를 쏘아 올린 과학자들까지 수천 년간 쌓여왔던 '길'들의 역사가 「창백한 푸른 점」 한 장 속에 집약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해서, 오늘 책곳간에서는 내돈내읽 교양과학서 몇 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