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곳간지기 입니다.
왜인지,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지금껏 매주 월요일마다 발송되던 책곳간이, 지난 15일(월)에 한 텀 쉬어갔어요. 다름 아니라, 곳간지기의 본업(?)때문이었는데요.
이런저런 으른의 사정😐 때문에, 책곳간이 당분간은 격주로 발행 될 예정이예요.
구독자 님들을 좀 더 자주 보고싶은 생각은 굴뚝 같지만.. 최대한 빨리 매주 발행으로 돌아올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흠흠👀.
각설하고, 책곳간의 저번 회차(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는 저에게 상당히 의미가 깊었습니다. 구독자 님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이 있었거든요.
물론 이전에도 레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평가버튼을 누른다거나, 간략한 코맨트를 남겨주신 고마운 분들이 많았지만, 이번 만큼 능동적으로 질문과 질타(?)가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름 이유를 분석해봤는데요. 딱히 잘모르겠더라고요.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래서요. 이번 회차는 구독자님들의 말에 답하는 형식으로 써볼까 해요.
이전 회차에서 소개했던 3권의 책(과 영화)중에, F.S.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지팡이 삼아 말이죠.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하며 제가 썼던 글에 공감하셨던 분도, 의아하셨던 분도 많았나 봐요. 해서, 오늘은 개츠비에 대해 조금 깊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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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소설의 화자, 닉 캐러웨이는 이제 막 서부에서 동부로 옮겨온 뭣 모르는 청년입니다. 그가 세 들어 있는 허름한 집 옆에는 거대한 주택이 있는데, 그곳에는 베일에 싸인 거부, 개츠비가 살고 있었죠(최소한 그렇게 알려져있었습니다).
개츠비는 매일 밤 자신의 주택에서 향락적이고 방탕한 파티를 개최했고, 닉은 우연한 기회에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개츠비를 만나, 사랑했으나 양쪽의 계급 차이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개츠비&데이지의 청춘 스토리(?)를 듣게 돼죠.
개츠비의 인간적인 면모에 홀딱 반한 닉은 결국, 데이지와 개츠비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데이지는 이미 귀족 가문의 후계자 톰 뷰캐넌과 결혼한 유부녀였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위험한 불장난은 대형화재로 마무리되는 법. 톰과 개츠비, 그리고 데이지 사이의 사랑의 알력 다툼은 결국 파국을 낳습니다.
톰의 권모술수(우영우 아닙니다)에 당한 개츠비는 총에 맞아 허무하게 사망하고요. 그의 쓸쓸한 장례식에는 오직 아버지와 닉만이 참석했습니다.
이후 닉은 세상사에 혐오를 느끼며 서부로 돌아가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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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요?
곳간지기가 이전 레터에서, 【개츠비가 '위대'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게 바로 이 책이 가지는 문학적 가치의 핵심일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바로 이 멘트에 공감 혹은 의문을 느끼신 구독자님이 많았습니다.
해서,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먼저 말씀드릴 것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문학에도 정답은 없으므로! 곳간지기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 꼭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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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① : 그때 그 시절, 미쿡이라는 용광로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미국입니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바다 건너 벌어진 전쟁을 바탕으로 미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순식간에 세계적인 대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시절을 미국의 '재즈시대'라고 부르는데, 지금 현재 미국을 상징하는 가치관인, 개척자 정신과 물신숭배, 그리고 Self-made Man 신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재즈시대의 미국은 '준비 없이 벼락부자가 된 졸부의 집단 히스테리' 상태였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청교도인들로 시작했어요. 모두가 그런 건 (당연히)아니었겠지만, 정체성 자체는 나름 '영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나라였던 거죠.
그런데 그런 미국이 세계 1차 대전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돼요. 전쟁도 그냥 전쟁이 아니라, 인류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비인간적이었던 학살 전쟁을 바탕으로 말이죠.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맞긴 했으나, 일종의 집단적인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할까요?
거기에 더해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시대적 태풍이 시작됐고요. 국내에서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의 태동과 더불어 K.K.K. 같은 인종 차별집단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금주법이 시행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마피아 같은 범죄집단의 폭발적인 성장만 낳았습니다(작중 개츠비가 부를 얻게 된 사업도 술 밀매 사업입니다).
이런 혼란의 도가니에서 히스테리컬한 상태에 빠진 미국은 외쳤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시고 춤추자!"=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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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재즈시대라는 이 DOG판에서 미국의 영혼은 자라났습니다.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그 무엇이 말이죠.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 개척자 정신, Self-made man 신화였어요.
태초부터 배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온 모험가들의 나라, 총을 들고 달리며 토착민과 야생에 맞서 싸우던 카우보이 이미지는 경기 호황이라는 자본주의의 참맛(?)과 만나 요상한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뭐랄까, 승리, 성공, 힘에 대한 마초적인 집착과 소년스러운 미숙한 순수성을 동시에 지닌 시장경제의 화신이랄까요.
그들에게 부와 명예에 대한 열망(이라고 쓰고 집착이라고 읽는)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미국인들에게 부란 말하자면 초원에 널브러져 있는 금광 같은 존재였고, 그것을 차지하는 건 말을 타고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이었으며, 뭐가 됐든 간에 "먼저 차지한 사람이 승자, 늦게 도착한 사람은 패자"라는 약탈적 마인드가 개척자들의 뿌리였으니까요.
애초부터 미국은 청교도 국가였고, 청교도는 곧 칼뱅주의(직업소명설, 구원예정설)에 바탕했기에 이 '약탈 마인드'는 그다지 저항 없이 전국가의 가치관으로 안착했습니다.
부와 명예, 쟁취 대한 의지는 미국 그 자체였습니다. 1920년대 미국을 둘러싼 온갖 혼란은 그런 히스테리컬한 집착에 기름을 부었고, 그 결과 뉴욕의 마천루와 라스베가스의 불타는 밤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런 야성적이고 마초적인 미국의 페르소나에 아주 중요한 일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열등감입니다.
개척자 정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는 분명, 자신들이 떠나온 영국, 그리고 유럽대륙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그 열등감이란 엄청나게 많은 부를 쌓더라도, 이러나저러나 자신들은 영국의 부산물이고, 유럽의 전통 귀족은 될 수 없으며, 그저 졸부(견고했던 귀족의 지위와는 달리 사회 환경상 불안한 재산이니까)라는 패배 의식이었죠.
자연스레 미국은 더욱더 개척자 정신에 목을 매게 됩니다.
"야! 자기 손으로 쟁취한 게 진짜 짱인 거야! 우리들 미국처럼 말이야! 너네들 유럽 귀족들처럼 피도 땀도 없이 물려받은 게 아니란 말이야!"
하며 말이죠. 태생과 열등감이 버무려져 폭발했던 1920s 미국의 승자독식 개척자 정신은, 오늘의 주제인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와 직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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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 개츠비라는 캐릭터가 뭔가 조금 애매모호하게 보입니다.
옷도 잘 입고 돈도 많이 벌었다지만 그것은 범죄로 쌓아 올린 부에 불과하고요. 일편단심 사랑꾼이긴 한대.. 이미 결혼한 여자를 대놓고 꼬시(?)고, 심지어 데이지의 행동을 보면, 저게.. 저게.. 맞는 거야? 하는 반응이 절로 나와요.
그리고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 개츠비가 보여주는 행동은 어둠의 경로로 큰돈을 벌은 사람답지 않게 허술하고, 심지어 그 죽음조차 매우 허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제임스 개츠, 우리의 개츠비는 미국의 영혼, 그 자체의 형상화이기 때문입니다.
- 개츠비는 Self-made man 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닥 서술되지도 않고요) 중요한 것은 그가 이뤄냈다는 사실, 그것뿐입니다.
- 그는 아무것도 물려받지 않았어요. 톰 뷰캐넌의 경우 전통적인 유럽의 귀족으로, 상속받은 엄청난 재산과 타고난 신체(작중에서 톰의 신체는 대단히 우월한 것으로 묘사됩니다)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야비하고 비겁하며, 빈곤한 정신을 가졌죠. 그런 톰은 끊임없이 개츠비를 공격하고, 조롱하고, 결국에는 개츠비의 비밀을 폭로하며 끝끝내 죽음에 이르게 만듭니다. 그러고도 그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요. 이는, (적어도 본인 생각으론)피와 땀으로 직접 성공을 일궈낸 미국과 모든 것을 물려받은 영국의 이미지로 등치됩니다.
- 개츠비는 패배하지 않고, '위대'하게 죽었습니다. 순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직 순수한 열망, 순수한 개척자 정신만을 가진 채 사라졌습니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품었던 사랑은, 사실 이성에 대한 애욕(愛慾)이 아닙니다. 작중에 데이지를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타고난 부가 지켜주는 그녀의 아름다움…" "그것(타고난 부)이 없다면 금방 사라져버릴 것을 알았다" * 는 등의 내용을 미루어 보았을 때, 개츠비가 사랑한 것은 데이지라는 사람이 아닌, 그녀가 가진 계급이자 상징이었을 뿐입니다. 작중 개츠비는 톰에겐 당연하지만 자신은 가지지 못한 것(학벌,출신 등)에 격분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데이지에게 집착합니다. 왜냐하면, 데이지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이 마침내 어중이떠중이 부자가 아닌 진짜 상위 '계급'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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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극히 속물적인 개츠비이지만, 그는 오직 순수한 열망, 의지, 욕망 그 자체의 긍정입니다. 비록 불법적인 수단으로 돈을 벌었지만 그것은 그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적어도 톰이나 머틀(톰의 불륜녀)처럼 피와 땀이 없는 (정당성 없는)부와 명예를 꿈꾸지 않습니다. 오직 돌진 했을 뿐이죠.
끝이 어찌 됐던 간에, 그 순수한 정신이 위대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1920s 미국의 영혼이니까요.
한마디로 F.S. 피츠제럴드가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은 위대하다고 외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도덕적 위기와 가치관의 혼란 속에 방황하던 미국에서, 개척자 정신의 순수한 현현인 개츠비는 위대해야만 했습니다.
본인 역시도 재즈시대의 아들이었던 피츠제럴드에게 비도덕성이라든지, 인간성 말살이라든지, 물질주의의 허망함 이라던지 하는 문제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종의 순수성이었습니다.
힘의 증대를 꾀하는 순수한 열망, 그 자체가 위대해야만 합니다. 온갖 혼란으로 둘러싸여 있던 재즈시대 미국이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죠.
그리하여, 피츠제럴드는 염원하듯 소설의 제목을 짓습니다.
『The Great Gatsby』 라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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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으리
곳간지기가 생각한 해석, 님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가 바로 '이 작품의 문학적 핵심' 이라고 말씀드린 건, 거기에 대단한 비밀이나 진리가 있어서가 아니였어요.
단지, 바로 그 지점이 생각해볼 만한 여지, 공백이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학문이 아니기에, 엄밀한 근거와 견고한 논리로 도출된 정답은 없습니다.
'이야기'는 항상 애매모호하고 알쏭달쏭하며 두루뭉술 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원래 그렇고, 1920년대의 미국 역시도 그랬겠죠.
전 (문학을 포함한)책이란 항상 개방적이고 탐구적인 자세로 접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곳간지기로서, 책곳간 레터 역시도 그렇게 읽혔으면 좋겠고요.
흠흠👀. 하여튼 그렇습니다.
혹시 제가 소개한 책에 대해 더 궁금하시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책곳간은 항상 열려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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