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곳간에서도 한 번 언급을 한 적이 있듯이, 어렸을 적 제 꿈은 작가였습니다. 소설이든 수필이든 뭐든 간에 책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고 싶었죠.
그런데 딱히 글을 많이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 나는 커서 서울대 가야지' 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었달까요.
그렇게 어영부영 우여곡절 얼렁뚱땅 성인이 된 곳간지기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서 베스트셀러를 쓰게 되고,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라는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으른이 된 전 이제 알아요. 남들이 돈을 주고 볼만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요. 또, 심지어 그게 글이라면.. 할말하않.
어떻게 알게 됐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이십 대 중반쯤, 제 꿈의 지속가능성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판단한 저는 방향을 조금 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였습니다.
문학이든 영화든 결국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기에,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글을 써서는 책이 나오기까지 딱히 수익원이 없지만, 영화는 영상 프로덕션의 아르바이트가 되거나 영화 현장의 막내가 되면 최소한 (조금 빡세게)먹고 살만한 변통은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들끓는 마음에 기름을 부어버린 건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데몰리션》 이었어요. 딱 느낌이 왔죠. 아, 텍스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구나. 글은 언제든 쓸 수 있지만, 영화도 분명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그렇게 곳간지기는 영화를 만들러 떠나게 되는데..👀
그 이후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당탕탕 다이나믹 (고난)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을 위해 아껴두겠습니다.. 후후.
하여튼, 이 얘기 꺼내려고 했습니다.
이번 책곳간에서는 소개해드릴 이야기는,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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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니 빌뇌브 《ARRIVAL(컨택트)》 & ✍️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참고로 어라이벌은 국내에서는 콘택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단편집입니다)
저의 최애 SF 영화이자, 최애 SF소설인 두 작품입니다. 짜릿해.. 이건, 진심입니다. 참고로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을린 사랑》,《블레이드 러너2049》,《에너미》,《시카리오》와 최근 《듄》을 연출한 명실상부한 대세 감독인데, 특유의 정적인 연출과 긴 호흡으로 호불호가 (아주 조금은)갈리는 편입니다. 개인의 취향이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곳간지기의 경우 너무 YES! 입니다.
이야기는 정말이지 뜬금없이 외계인(이 타고 있다고 예상되는 돌덩이)가 지구 곳곳에 도착하면서 시작합니다. 근데, 오긴 왔는데, 이 친구들.. 아무것도 안 해요. 대도시를 때려부시지도 않고, 무역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지구에 온 걸까요?
언어학자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소통이라는 준엄한 임무를 맡고 '그들'과의 만남을 개시합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말'이 안 통해요. 곧바로 시작된 루이스의 옹알이 가르치기 프로젝트.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작가 테드창은 이 옹알이 가르치기 프로젝트를 통해 언어와 인간 존재 근거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로 진입합니다. 생명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나요? 또, 인간과는 판이하게 다른 바탕 위에 쌓아 올린 외계의 존재는 어떤 형식으로 존재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자각할만한 지적 존재가 있다면, 또 우리가 그런 존재가 돼버렸다면, 그 존재는 구태여 왜 살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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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즈루어만 《위대한 개츠비》 & ✍️ F. 피츠 스콧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미국 문학의 보물이라고 여겨지는 《위대한 개츠비》 입니다. 스콧제럴드는 1차 대전 전후 인류 역사상 최강 국가가 막 탄생하던 격랑의 시대를 살았던, 개츠비를 통해 미국의 영혼인 개척자 정신, 물신(物神),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탐구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1974년과 2013년에 두 번 영화화 됐는데, 그 중 바즈루어만 감독의 작품은 매력적이면서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엄청나게 화려한 프로덕트 디자인, 황금 같이 번쩍이는 배우들의 의상, 미장센.. 그리고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
원작의 개츠비는 멀끔하고 신비하지만 뭔가 께름직한 폐부가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묘사되고, 참전 군인 출신에 성공을 위해 어둠의 세력(?)과 결탁하는 등 어느 정도 풍파를 거친 으른 남자의 이미지가 있는데, 영화 버전의 디카프리오는 너무 곱고 미소년 같은 이미지였던 게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흠흠👀.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 강렬한 의문이 하나 들어요. 다 알겠는데, 그래서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뭔가요?
불쌍하다면 불쌍하고, 멋지다면 멋지겠지만 위대..?
곳간지기의 생각에, 문학작품으로서 《위대한 개츠비》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에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해석이 있을 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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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 하워드 《힐빌리의 노래》 & ✍️ J.D. 밴스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라는 말은 (미국의)지방사투리가 강한 민요를 뜻하는데, 대충 시골뜨기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산속 시골의 빈민층으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예일대학교 출신의 법조인이 된 J.D 밴스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힐빌리의 노래》는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긴 한데, 여기에는 어른의 사정(?)이 곁들여 있습니다. 책이 발간됐던 2016년 미국에서는 괴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한창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시절인데, 그때 트럼프가 선거 캠패인 대상으로 주력하던 계층이 바로 중산층 출신이었으나 빈민층으로 추락한 중부지역의 백인 유권자였거든요. 책의 상업적 성공에는 정치적 상황의 베네핏이 조금 있었달까..
실제로, 책의 인기에 힘입은 J.D.밴스는 현재 공화당 소속의 정치인으로 변신했답니다. 이런 부분을 염두하고선 책을 읽으면, 이거 그냥 자기 자랑 아니야?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가 거짓말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가 살아온 과정 속에 있었던 미국의 계층문화, 가족의 역할과 의미 등 충분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있어요.
참고로, 저는 영화를 먼저 접하고 책을 읽었는데, 음..영화가 좀 더 나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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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마당 도서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스타필드 코엑스몰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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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 한복판에 위치한 문화 소통 공간, 별마당 도서관입니다. 문학과 예술 관련된 공개 강연이나 행사가 자주 열려요.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사실 책을 빌리건 불가능하고, 독서 공간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너무 많다 보니 꽤나 어수선해서요. 대신 쇼핑하는 길에, 혹은 데이트 하는 길에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는 딱 좋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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