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우리는 흔히 '희망'을 강요당하곤 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학교에서는 틈만 나면 장래 희망을 적어내라고 했었잖아요. 친구들은 다들, ①과학자 ②축구선수 ③선생님 라고 했고요. 그 직업이 뭘 하는 일인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곳간지기의 장래 희망은, ('소머리국밥집 사장'이라고 적어냈다가 담임선생님께 혼난 이후로) 항상 작가였답니다. 근데 제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흔히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백일장에 나갈 때마다 상을 받고, 하다못해 독후감을 써도 칭찬을 받고, 뭐 그러기 마련인데, 곳간지기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제도권에 대한 분노를 품기 시작했던 게😡.. (대략 조커 BGM) |
한 날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독후감 대회였던 것 같아요. '방학 동안 읽었던 인상 깊은 책'이 주제였고, 곳간지기의 PICK은 법정 스님께서 번역한 불교 경전, '법구경'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의 독후감은 '반려' 됐습니다. 우선 불교 경전은 '책'이 아니고, 초등학생이 읽을만한 책은 더욱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때 알게 됐어요. 대회라는 것의 본질적인 형태는 '주최 측의 니즈에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를 선정하는 장치이지,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말이죠.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회'가 본래의 역할을 넘어 모종의 자격을 증명하는 용도가 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예가 신춘문예 시스템입니다.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관행에 따르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경력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게 업이라도 말이죠. 신춘문예 그 자체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그것을 통하지 않는다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도리가 없는 관행에는 분명 문제가 있죠.
(상업적인 목적이 없지않을)일종의 대회가 자격을 부여하는 선별 수단이 됐으니까요.
내가 쓰는 글이 분명 가치가 있고, 누군가는 꼭 필요로하는 글이더라도 심사위원들의 니즈에 충족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지워지는 셈입니다.
해서 오늘 책곳간에서는, 기존의 관행에 저항하는 글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헤엄
💬 수필집
# 일간 이슬아 # 뉴스레터
# 시작은 언더였지만
# 지금은 대스타 작가가 됐지요 |
'아무도 청탁하지 않았지만 쓴다'
맞습니다. 꼭 청탁을 받아야지 글을 쓰나요? 이슬아 님은 시도는 이 한마디의 멋진 캐치프라이즈로 축약됩니다. 先주문 後집필이라는 작가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버린 거죠. '일간 이슬아'는 [작가-독자 직거래 시스템]을 표방합니다. 구독료를 내면, 매일 한 편의 에세이를 뉴스레터로 보내는 거였죠.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6개월간 이어진 프로젝트 끝에 이슬아 작가 님은 스타 작가가 됐고, 뉴스레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2018년 독립출판 1위(시사IN과 전국 독립책방이 선정)에 올랐어요.
매일이 마감일인 활자의 개미지옥 속에서 이슬아 님이 움켜쥔 텍스트는 무려 100여 편이었습니다. 때로는 생동하고 때로는 침잠하며, 공백의 석판에 매일을 새겼던 필경사 이슬아.
그녀의 텍스트를 한 권의 책으로 읽어봐요! |
📚 「신춘문예 낙선집2」
✍️ 전혜지
🏢 -
💬 소설
# 신춘문예
# 낙선했지만 독자는 만나야겠어 |
마! 신춘문예! 백번 떨어뜨려 봐라! 내 책은 내가 만들면 그만 아이가!
전혜지 님의 꿈은 작가였지만, 신춘문예에 빈번히 낙방했습니다. 속상한 와중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잠시만, 아무도 안 뽑아주면 내가 내면 되는 거 아냐?
그래서 정말 냈습니다. 책을. 심사위원들의 취향을 저격하진 못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내 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믿으며.
전혜지 님이 지난 5년간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원고를 모은 「신춘문예 낙선집」은 텀블벅에서 142%의 펀딩을 받으며 휘황찬란하게 인쇄됐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어찌 됐든 내 글은 독자들에게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대형 서점에는 못 들어가겠지만, 000그램에 광고도 못 때리겠지만,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 번듯하게 내 책이 나왔는데 말입니다. |
📚 「PULP」
✍️ 김소망 외 14인
🏢 리드모어
💬 문예지, 문학, 소설
# 독립문학잡지
# 문학적 다양성
# 우리도 작가거등요 |
'지속가능한 문학'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성장,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등은 많이 들어봤지만, 지속 가능한 문학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문학은 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일리아드)부터 있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책과 독서문화가 위기를 맞은 지금, 문학은 그 존립을 위협받게 됐어요.
「PULP」는 독립 작가와 작가 지망생, 일반인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참여형 문학잡지를 지향합니다. 문화적 다양성이 지속가능한 문학을 만들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죠.
문학 생태계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5,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잡지를 제작, 판매하고요. 지속가능한 발전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인쇄를 원칙으로 하며, 책이 버려지는 순간까지 고려하여 책을 설계, 유통합니다.
멋지죠? 참고로, 「PULP」 2번호에는 곳간지기의 지인분이 쓴 글도 실려있답니다. 텀블벅에서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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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책보고
👉서울 송파구 오금로 1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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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아닙니다. 책보고입니다.
'책보고'는 서울 내의 헌책방들에 잠들어있던 오래된 책들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서울시에서 직접 건립한 문화공간이에요. 실제로 헌책을 구매할 수도 있고, 독립출판물과 기증 도서 전시 및 북콘서트, 북 큐레이션 등 다양한 책 관련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구요. 공간 속에 조용히 독서를 할 수 있는 까페도 마련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SF 영화에 나올법한 서가 디자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책을 고르기에는 썩 좋은 설계는 아닌데(너무 높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원래 멋진 것들은 오직 멋짐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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