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곳간 : 내 젊은 날의 술상

2022. 6. 12.

💬 책곳간 : 내 젊은 날의 술상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네"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한 말이에요. 님, 님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도끼처럼 내려쳐지는 책을 만난 적 있나요? 혹시 일 년에도 수만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속에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 힘들진 않나요? 괜찮아요. 님의 취향에 맞는 책과 공간, ‘책곳간’ 이 찾아줄게요:)

님, 혹시 술 좋아하시나요?

저는 꽤나 들이붓는 편 입니다. 주종은 딱히 가리지 않아요. 대신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 날씨, 같이 먹는 음식과 멤버에 따라 고도로 세심하게 설계된 가이드 맵(내가 만든)을 따르는 편이죠.

이를테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여름날, 애매한 지인과의 술자리라면 통창이 있는 깔끔한 와인숍의 창가 자리를 꿰차고 포트와인을 먹어야 합니다. 이따금씩 대화가 끊기고 얘깃거리가 떨어져도 보통 그런 곳은 평화로운 클래식풍의 음악이 흐르기 마련이고- 창에 맺힌 빗방울에 같은 불빛을 구경하는 맛이 있어서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반면 친한 친구들과의 자리라면 미닫이로 한쪽 벽면을 통째로 오픈해놓는 막창집에서 소주를 먹는 게 좋겠습니다. 자욱한 연기와 막창 냄새가 고밀의 습도와 결착한 그 꿉꿉함이, 그리고 왁자한 소음과 빗소리가 뒤섞인 혼란함이 주는 역설적 평화가 있거든요. 거기다 막창집이면 으레 드럼통 테이블이기 마련인데, 이는 자연스럽게 같이 간 멤버 간의 친밀스러운(?) 자리 배치를 유도하기도 하고요. 씨끄러운 소음을 뚫으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데, 그게 또 텐션을 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서요.

흠흠👀.

하여튼 저는 스스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술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술을 그만큼 철저하게 먹는 사람치고 그것에서 비롯된 모종의 잊히지 못할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죠. 우선 저만해도, 무엇보다 술을 처음 배웠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네.. 잊지 못해요..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술을 잘못 배워서」

✍️ 이보람

🏢 헬로 인디북스

💬 에세이

# 술 # 술세이

# 좌충우돌 # 우당탕탕 청춘

「술을 잘못 배워서」는요..👀

1인 출판물 제작자이자 독립책방을 운영하는 이보람 님의 술자리 썰 모음집입니다. 보람 님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 락(rock)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서 처음 술을 배우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술 먹고 사고 친 썰이라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 앞에서 겸허히 옷깃을 여미게 됐습니다. 필름 끊겨서 삶의 시공간적 연속성을 잃는 것은 기본이요, 모르는 사람(그것도 친구의 회사 사람)의 가방을 들고 튀어버려서 죄 없는 피해자의 귀가 권리를 강탈하고, 선혈이 낭자한 채로 친구에게 붙들려가다가 동네 이웃들의 걱정(혹은 수심)어린 눈빛을 받기도 했어요.

뭐랄까, 지면에서 비릿한 소주 절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공감각적인 책이었고요..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두개골 안쪽 깊은 구석에 유배된 흑역사 뉴런이 꿈뻑꿈뻑 깨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흠흠🙄

물론 누군가가 보기에는 눈살 찌푸릴만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을 아예 입에 대지도 않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을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누구나 그런 시절은 필요하고- 또 언젠가는 겪는다고 생각해요.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고, 말 그대로 난장판이며, 전반적으로 산산조각났던 시절-. 저는 그것을 인생의 낭비나 손해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술 먹으면 사람이 개가 된다고들 하지만요. 일단 개인적으로 전 강아지를 좋아해서요.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히거나 한평생을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엉망진창으로 살아본 사람이 제대로 사는 법도 안다고 믿어요.

물론 이것도 다 제가 술을 잘못 배워서 그런 거라면, 물론 할 말은 없겠습니다😐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곳간지기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창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거든요. 오늘은 마감하고 얼른 집으로 튀어가야겠습니다.

뭐, 이유는 다들 아시죠?

그래서...📚

그래서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냐면..

👉 술.. 좋아하세요?

👉 술 때문에 생긴 추억(흑역사), 한번 떠올려볼까요

👉 좌충우돌 우당탕탕 소중한 내 청춘, 뒤돌아볼까요

이 책을 어디서 샀냐면.. 😎

🏢 스토리지 북앤필름 (후암점)

👉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 115-1

🌐 책방 인스타그램

스토리지 북앤필름 은요.. 📖

강남, 후암동, 해방촌에 각각 지점을 가지고 있는 나름 프렌차이즈(?) 독립서점입니다. 그중에 제가 방문한 곳은 해방촌 점인데요. 평소 갈 일이 좀처럼 없는 동네라, 기왕 동네 구경도 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해서 지도 앱이 알려주는 정류장보다 두 정거장을 먼저 신나게 내렸는데.. 그제서야 알게 됐죠.

해방촌은 굽이굽이 가파른 언덕길로 이루어진 동네라는걸. 덕에 제가 서점에 당도했을 쯤에는 책은 고사하고 얼음물부터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높으면 열매는 달기 마련입니다. 보통 독립서점을 구경하면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한두 권 정도 있기 마련인데, 스토리지 북앤필름에서는 너무 많은 책을 골라 들어서 통장 사정을 생각하게 됐거든요.

실내는 좁지만 알차게 독립 서적들이 들어차 있고, 서재를 살펴보다 보면 입고될 서적을 고르는 사장님의 안목이 상당히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만 아무래도 저 개인의 취향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나 카페 메뉴는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매년 큰 규모의 독립 출판 축제를 운영하시는데, 책방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시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같이 보면 좋을 만한 콘텐츠는요.. 👀

📚「아무튼, 술」

✍️ 김혼비

🏢 제철소

💬 에세이

# 아무튼 시리즈 # 술

# 술자리 썰 # 술 없이는 못살아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개의 출판사가 번걸아 가며 출간하는 '취향' 에세이,「아무튼, 」시리즈의 스무번 째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시리즈의 구체적인 판매량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꽤나 인기가 있는 시리즈로 있거든요(무려 50권까지 나왔으니까). 그중에서도 김혼비 님의「술」은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작.. 이라기보단 사실 시리즈 중에 제가 읽은 게「아무튼, 술」밖에 없습니다. 분발할게요. 흠흠. 하여튼, 혼비 님은 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대요. 이 책에 관해서는 인터넷 교보문고의 '책소개' 란을 인용하겠습니다. 누가 썼는지, 하여튼 기가 막히게 잘 써서요.

「아무튼, 술」은..

소주, 맥주, 막걸리부터 와인, 위스키, 칡주까지 주종별 접근은 물론 혼술, 집술, 강술, 걷술 등 방법론적 탐색까지… 마치 그라운드를 누비듯 술을 둘러싼 다양한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를 좇다 보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주종과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애주가나 여태 술 마시는 재미도 모르고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비애주가 할 것 없이 모두가 술상 앞에 앉고 마는, 술이술이 마술에 빠지게 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