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성에 대하여

2022. 6. 26.

💬 정상성에 대하여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네"

님, 저는 길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날'이라는 말도 좋아하고요. '것'이라는 말도 좋아합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요. 왠지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기 좋은- 곰삭은 맛이 있어서가 아닐까, 짐작할 따름입니다.

반면 싫어하는 말도 있습니다. 상식, 평범, 당연-.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상'입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딱히 이유가 없어도, 싫어하는 것에는 확고한 사유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언가를 미워할 순 없습니다.

상식과 정상은 모종의 폭력을 함의하고 있습니다. 정상이라는 단어는 다수파가 휘두르는 권능과 같은 말이라서요. 수적인 우세를 당위적 옳음으로 변모시키는 요술 같은 용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제 생각엔) '상식'이란 편견의 집합이고, '정상'은 지성이 아닌 다수결로 옳고/그름을 증명하려는 비겁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상성은 그러해서- 싫습니다.

📚 「안녕, 기면증」

✍️ 예주

🏢 플레어드

💬 에세이

# 기면증 # 질병

# 당사자의 말 # 정상성

「안녕, 기면증」은요..👀

저자 예주님은 기면증 환자입니다. 학창 시절 예주님은 스스로를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했대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졸음 탓에 그녀의 별명은 '병든 닭'이었습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봐도 돌아오는 반응은 항상 똑같았어요.

"공부할 땐 다들 그래. 다들 졸린데 참고하는 거야"

해서 예주님은 그것이 '정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산발적이고 일시적인 죽음과 같은 졸음- 탁하고 끊어지듯 풀려버리는 근육의 긴장- 해서 때때로 무너지듯 쓰러지는 현상까지.

모두가 묵묵히 견뎌내는 중이고, 오직 자신만이 나약하고 설익어서 버텨내지 못하는 거라고 자책했습니다.

정상성의 폭력은 그녀가 '기면증'이라는 명확한 병명을 부여받고 나서도 이어졌어요. 예주님은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어요.

기면증에 대해 이야기 해야 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기면증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 너무 심각하거나, 너무 가볍거나,

혹은 너무 드라마적인 인식들이 만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면증에 대한 오해는 증상 자체만큼이나 환자에게 괴로운 것이다.

조심스레(실은 조심스러울 필요도 없지만) "나, 사실 기면증 있어"라고 말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어라, 나도 그런데. 밥 먹고 나면 항상 미친 듯이 졸리더라고. 나도 기면증 있나?" 따위의 말들이었대요.

기면증의 수면발작은 저항할 수 없는 종류, 그러니까 졸음이라기보단 마비에 가까운 증상입니다.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언어는 무심코 예주님의 내밀한 속내를 푹 찔렀습니다.

그래서요. 「안녕, 기면증」은 일종의 신음으로 씌였습니다.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 소수자의 저항으로, 악의 없는 정상성의 공격에 상처입은 기록으로요.

세상에는 고쳐져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우리 모두가 사회운동에 인생을 바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님에게 「안녕, 기면증」을 한번 권해봅니다.

읽는 행위가 가지는 가치는 재미만이 아닐 테니까요🙃

이 책을 어디서 샀냐면.. 😎

🏢 스토리지 북앤필름 (후암점)

👉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 115-1

🌐 책방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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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베셀 반 데어 콜크

🏢 을유문화사

💬 인문교양

# 트라우마 # 베스트셀러

# PTSD와 정신의학 #심리

트라우마는 그 어떤 곳도 아닌 몸에 남는다

「몸은 기억한다」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태여 '처음'이라는 말을 붙인 건 이후에도 두 번 정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인데요. 일반대중을 위해 쓰인 책이라고 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대중서와 전문서의 중간 정도에 위치했달까요. 그렇다고 읽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도 제 휴대폰 메모장에는「몸은 기억한다」에 나왔던 구절이 남아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