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곳간 : 영화.. 좋아하세요?

2022. 5. 29.

💬 책곳간 : 영화.. 좋아하세요?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네"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한 말이에요. 님, 님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도끼처럼 내려쳐지는 책을 만난 적 있나요? 혹시 일 년에도 수만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속에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 힘들진 않나요? 괜찮아요. 님의 취향에 맞는 책과 공간, ‘책곳간’ 이 찾아줄게요:)

님,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인가요. 아니면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은 있나요?

일단 저는 얼마 전에 장르가 마동석👊, 범죄도시2를 보고 왔습니다. 간략한 후기를 남기자면- 사실상 범죄 액션의 탈을 쓴 히어로물이랄까요. 타격이라기보단 파괴, 격투라기보다는 몰살에 가까운 괴물 형사 마석도의 주먹이 참으로 통쾌합니다.

다음으로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할 말이 많습니다. 저는 한때 단편영화를 여러 편 제작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영화에 제법 진심인 편이거든요.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데몰리션」(장 마크 발레) 에서 데이비스가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장면, 「컨택트」(드니 빌뇌브) 의 루이스 박사가 외계의 사고방식을 긍정하는 장면, 「하나-비」(기타노 다케시)의 마지막 총성..

모두들 개별의 형태로 잊혀지지 않아서, 우열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은 많지만요, 오늘 중요한 것은 제 얘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님이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겠지요.

한 날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는 도대체 왜 보는 걸까? 심심하니까, 재밌으니까, 시간 때우려고. 그런 부분도 일면 있겠습니다. 팝콘 무비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예요. 시간이 나서 보는 영화도 있지만, 시간을 내서 보는 영화도 있잖아요. 영화, 문학, 연극, 그림- 그것들에는 분명히 심심풀이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것을 이야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거 아세요? '이야기'는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네 삶은 도저히 분절 해낼 수 없이 연속적이고 서사적인 흐름으로 인식되니까요.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영화를 외로워서 봅니다. 그곳에는 내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어떤 삶의 조각들이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꽃처럼 피어오르던 어떤 남녀의 말해지지 못할 이별과(화양연화,왕가위), 수심을 알 수 없는 시꺼먼 강물처럼 흐르는 생의 무심과(시詩, 이창동), 정치적 격랑 속에서 연성 된 이형(異形)의 가족(Roma,알폰소 쿠아론) 과 같이 공명하기 위해, 그 생동하는 조각들을 내 속에 녹여내어 공생하기 위해, 영화를 보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흠흠👀..

갑자기 너무 거창하게 흘렀습니다. 하여튼, 오늘 책곳간에서 방출할 책은 영화와 관련된 책이라서요🙄.

📚 「극Ι장Ι칸」

✍️ 강민선

🏢 임시제본소

💬 에세이

# 영화 # 기차

# 에세이 # 취향

「극Ι장Ι칸」은요..👀

'기차와 영화가 만나는 곳' 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어요. 기차와 영화가 만나는 경우의 수라면 꽤나 다양하겠습니다. 기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영화에 나오는 기차역을 찾아갈 수도 있는 거구요. 기차 칸 컨셉으로 꾸며둔 영화관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보트 영화관도 있고, 욕조 영화관도 있으니까요(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을 살 때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샘플북을 다른 손님분이 읽고 있어가지고요. 해서 기차와 영화가 어떤식으로 만나서 책이 됐다는 걸까,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든 거죠. 이럴 바에야 그냥 사서 읽어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 샘플북을 붙잡고 있던 손님은 쉽사리 책을 내려놓을 것 같지 않아 보였거든요.

고민은 독서를 늦출 뿐. 책과 인문학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오브제(objet)

결과적으로,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가 무색하게 이 책에서 말하는 '기차와 영화가 만나는 곳'이란 상당히 평이한 의미였습니다. 그냥 기차가 등장하는 영화에 대한 후기를 엮어둔 책이었거든요.

민선 님은 원래 기차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대요. 해서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19세기 산업혁명 과정을 쓰다가, 이내 우리나라 고속열차를 모조리 타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기획을 바꿨다가, KTX 차비를 찾아보고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거죠. '차라리 기차가 나오는 영화에 대해서 써보자'

「극장칸」은 그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때는 백가지 생각과 천 가지 계획보다 스치는 우연이 더 빛날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제목이 '19세기의 산업혁명에 대해 -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같은 느낌이었다면 애초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터입니다.

기차라는 우연한 오브제로 엮인 영화 이야기. 구미가 제법 당기지 않나요?

저는 그런 게 독립 출판과 독립 서점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한 정확성도 좋지만 조금은 느슨한 고삐 속에서 이러지러 튀며 일어나는 스파크도 있거든요.

이 책에는 총 26개의 기차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개별의 기차들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호명된 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노선에 올라요. 물론, 여기서 이야기란 영화 그 자체 만에 국한된 건 아닐 것 입니다.

「극장칸」에서 기차는 26개의 영화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오브제였던 것처럼, 이 책에서 영화 역시 강민선 님의 이야기를 묶어내기 위한 오브제입니다.

26개의 궤도를 가진 기차는 병렬과 교차를 반복하며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가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종국에는 만나게 되는 단 하나의 지점으로. '나'라는 종점으로 말입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평론을 기대한다면 「극장칸」보다 더 적절한 책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세상에 나 말고 다른 삶도 있다는 것- 나에겐 없던 어떤 삶의 조각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러해서 외롭지 않기 위해- 영화를 찾는 사람들,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라면, 한 번쯤은 넌지시 건내 볼 만하겠습니다.

프랑스 영화의 거장 장 르누라르는 말했습니다.

"감독은 일평생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

그 후 그가 만드는 모든 영화는 첫 영화의 일부일 뿐이다."

책곳간 에디터인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일평생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 모든 영화의 호명은 자기 앞의 생이며,

클리셰는 없다"

어떤가요? 저작권은 없으니, 마음껏 인용해도 좋습니다. 흠흠👀

하여튼 감독님, 오늘은 제가 제안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장면을 찍느라 바쁘신 건 알지만요, 책곳간이 찾아가는 월요일만큼은 독서 한 컷정도 끼워 넣어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그 한 컷이 중요한 씬(scene)이 되고, 감독님 영화의 장르를 결정할 결정적 시퀀스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P. 157-158 지금 내가 걸어볼 수 있는 기대는 많지 않다. 나 자신을 잊는 것도, 이 세상의 초월자가 되는 것도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영화와 기차에 대한 글을 써서 영화사와 철도사에 한 획을 그어버리겠다? 당연히 아니다. 그저 기차가 나오는 영화만 따로 묶은 책이 아직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설프게라도 내가 먼저 해보면 어떨까 용기를 내본 것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거란 기대를 안고 집을 나서본다. 적어도 이 글을 읽어줄 소수의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자는 결심으로 걸음을 내딛어본다. -니나의 기차 中

그래서...📚

그래서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냐면..

👉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 특정한 오브제가 있는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 우연으로 만난 예술을 사랑한다면

같이 보면 좋을 만한 콘텐츠는요.. 👀

📚 「나의 친애하는 적」

✍️ 허지웅

🏢 문학동네

💬 에세이

# 영화 # 수필

# 예술 # 필력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여러 의미로 핫했던 예능 '마녀사냥'에서 허지웅 님을 처음 알게 됐죠. 깡마른 몸에 시니컬해 보이는 아웃핏, 그리고 아웃핏에 꼭 맞게 시니컬한 말투. 그다지 호감형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허지웅 님에 대한 다음 장면은 뉴스였습니다. 그가 악성 림프종이라는 병에 맞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죠. 솔직히 말하면요, 안타깝고 씁쓸하긴 했지만 그저 '유명인의 안 좋은 소식'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책을 읽어보게 됐습니다. 투병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책인 「살고 싶다는 농담」이었습니다.

다음 장면은 현재입니다.

허지웅이요?

그 사람은 말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 이에요.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 이동진

🏢 위즈덤 하우스

💬 영화평론집

# 영화평론 # 예술

# 이동진 총정리 # 기생충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벨벳 골드마인」부터 「기생충」까지,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굳건하고 충실하게 남겨온 글을 엮은 이동진 평론 총정리 집📚. 무엇이든 쉽게 싫증 내는 저로서는, 2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지속하는 몸의 감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얼른 잊어 감쪽같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는 저로서도, 끝없이 무언가를 수집하고 반추하는 마음의 의도 또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세상의 어떤 이야기를 끈덕지게 수집하고 기억하며, 그것을 반추해내 활자로 물화(物化)시키는 이동진의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는 저에게 있어 스스로는 절대 실현하지 못할, 낯설고 값진 작업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20년이라는 세월만큼 엄청나게 두꺼우니, 혹시 읽어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무려- 944페이지)

이 책을 어디서 샀냐면.. 😎

🏢 관객의 취향

👉 서울 관악구 관악로 204 3층 301호

🌐 책방 인스타그램

🌟 영화 전문 책방

☕ 커피와 직접 구운 디저트

관객의 취향은 관악구에 위치한 영화 전문 동네서점 입니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쭈욱 걸어올라가다 대문짝 만하게 붙어있는 육회·연어 집과 마라탕 집 간판을 찾으시면 됩니다. 책방은 그 윗층에 위치해 있거든요. 보통의 대형서점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영화 각본집들, 배우 인터뷰 화보 같은 출판물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독립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운영하고 계시구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거리가 멀더라도 충분히 방문해볼만한 공간입니다. 거기해 더해, 책방 문을 열면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는 베이커리와 각종 디저트의 온기가 일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