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곳간 : 서른 즈음에 비로소

2022. 5. 22.

💬 책곳간 : 서른 즈음에 비로소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네"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한 말이에요. 님, 님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도끼처럼 내려쳐지는 책을 만난 적 있나요? 혹시 일 년에도 수만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속에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 힘들진 않나요? 괜찮아요. 님의 취향에 맞는 책과 공간, ‘책곳간’ 이 찾아줄게요:)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아직 그것이 되지 못한 저에게, '서른'이란 제법 아득한 단어입니다. 뭐랄까, 물리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문학적 수사에 가깝게 느껴진달까요. 언젠가 오긴 올 것이 자명하지만(그리고 실상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몸으로 감각하기론 정말이지 저랑은 상관없는 얘기 같거든요.

제가 서른과 이토록 데면데면한 관계가 된 것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라는 한 줄 시어의 탓이 큽니다.

그때가 되면 쓸쓸함이라던가, 끝이라던가 하는 세기말적인 정서가 몸에 배나보다,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천둥벌거숭이에 가까운 저는 쓸쓸함에 익숙할 기미조차 없습니다. 물론 제가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흠흠👀

하여튼 저에게 서른이란 그래요. 여러분들에겐 어떨까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최승자)"

어느 시인에게 서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틈바구니였구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김광석)"

어떤 가수에게 그것은 차마 붙잡지 못한 망연(茫然)이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겐 어떨까요.

저와 같은 아득함인가요. 아니면 생동하는 현실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눈 깜짝할 새에 지나버린 풍화(風化)된 기억인가요.

그리고 여기, 이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이 있습니다. 홍지 님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 부암 게스트하우스는 삼십대의 끄트머리에 선 서른 명의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정확하게는 서른이 넘은 29명과 아직 서른이 되지 못한 1명)

서른 개의 질문과 서른 개의 답장, 그리고 서른 개의 편지를 모았어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나와 당신의 서른 즈음에」는 말이죠.

📚「나와 당신의 서른 즈음에」

✍️ 홍지

🏢 부암 게스트하우스 출판사

💬 인터뷰 집

# 시간탐험집 # 서른

# 아카이빙 # 인터뷰집

「나와 당신의 서른 즈음에」는요..👀

'우연과 진심(4p)' 으로 만들어진 책이래요. 기획자인 홍지 님은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우연성을 사랑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유재석 씨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나와는 평생 마주할 일이 없었을, 그러해서 존재조차 몰랐을 어떤 사연들을 듣는 것.

그 지극한 우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대요.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30명의 사람과 30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한땀 한땀 질문과 대답을 엮으며, 홍지 님은 그렇게 우연을 필연으로 직조해갔습니다.

반년간의 시간, 수백 통의 편지, 오가는 활자와 기억과 후회와 만족이 뒤섞이고 녹아내고 무르익어 책 한 권이 만들어졌구요. 그러해서 저는, 그 한 권의 책이 아니었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서른 명의 서른에 대해서 알게 됐지요.

스칠 때는 그토록 우연이던 일들이 지나고 나면 어찌나 필연이던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서른의 존재 방식

서른의 존재 방식은 무엇일까요. 책 소개하라 했더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요. 시간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가요. 우리의 00살은 어떻게 정의 할 수 있을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이라는 건 일종의 변화척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대요. 변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서른을 묻는다면, 스물 때와는 달라진 무엇이라고 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른의 존재 방식은 어쩌면- 변화일지도..

그래서요, 홍지 님은 물었습니다.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냐고 말이죠.

직업, 집, 심지어 사는 나라, 사용하는 언어(22p/링링)와 몸무게 앞자리(길) 등 많은 것이 변했대요. 세월은 강산도 변하게 하니까요.

하지만요.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까지고 낮술을 사랑한다(30p)는 희진 님의 취향처럼요. 제 생각에는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덜 변한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은 진실로 값집니다.

스물에도, 서른에도, 마흔에도 변하지 않는 무엇.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단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머피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물리 차원의 벽이 있었죠. 머피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요.

"STAY!! STAY!!"

하지만 과거의 머피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결국 가족을 떠나게 됩니다.

시간을 넘어 과거의 자신에게 단 한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말할 건가요. 저라면요, 정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지금 너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 맹세코 옳아. 그러니 의심하지 마!

과거는 대체로 후회이기 마련입니다. 머피도 그렇고 저도 그랬고, 저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아달라는 주문(김묘한/해부학개론)일지도, 집을 사라거나 주식계좌를 트라는(나탐정/강혜원) 조금은 실무적인 요구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찌 됐던 후회가 동반하지 않는 기억이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그때 했다면, 혹은 그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 입니다. 붙잡고 있어 봐야 엎어진 물이고 시켜버린 치킨이죠.

그러니까 우리, 쉽지 않더라도 이렇게 한번 되뇌볼까요.

"더할 나위 없었다. YES!"

그래서...📚

그래서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냐면..

👉 서른을 통과하고 있으신 분

👉 지난 세월을 복기해보고 싶으신 분

👉 '나이듦'의 감각이 궁금하신 분

같이 보면 좋을 만한 콘텐츠는요.. 👀

📚 「어바웃 타임」

📷 리처드 커티스

🏢 유니버셜 픽쳐스

💬 멜로 / 로맨스

# 시간여행 # 멜로

# 로맨스 # 힐링

「나와 당신의 서른 즈음에」에는 부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 이름도 거창한, '시간 탐험집'.

질문을 매개로 지나간 세월을 복기하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에서겠지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죠. 시간 탐험이라, 시간 여행이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시간과 관련된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없어요.

해서 영화를 하나 가져와야겠다! 한 게 도널 글리슨과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의 「어바웃 타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멜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왠지 정이 가지 않아서요.

하지만 이 영화만은 다릅니다. 「나비효과」부터 「테넷」까지, 시간을 탐험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봤지만요. 아직까지 어바웃 타임에 필적하는 영화는 본 적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시간여행을 다루는 방식이, 저에게는 각별합니다.

후회 때문이 아니라, 충족되지 못한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더할 나위 없기 위해 여행을 하는 그 방식이 말이에요.

이 책을 어디서 샀냐면.. 😎

🏢 책방 연희

👉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3 B1F

🌐 책방 인스타그램

책방 연희는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했습니다. 도시 인문학 서점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있고, 넓이에 비해 보유 장서가 풍부한 편이에요. 사장님의 섬세한 큐레이션으로 책방 연희만의 톤앤 매너를 가진 책들이 모여 있습니다. 참고로, 책방 연희의 사장님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책곳간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던)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그래서, 서울」의 저자로 참여했습니다.